우유니 두번째 이야기

우유니로 향하는 밤버스는 너무 추웠다. 침낭이 배낭아래에 달려 짐칸으로 던져지던 장면이 머리속에서 반복 재생되었다. 그 침낭을 꺼내 덮으면 얼마나 따뜻할까..  도대체 도착하지 않는 버스 안에서 덮을수 없는 침낭을 덮는 상상만 계속했다. 반팔티가 늘어나든 말든 팔과 다리를 움츠려 반팔티 안으로 모두 집어넣었다.  깜빡 졸다가 반팔티의 팔구멍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깼다. 짐칸 가방 깊숙히 박혀 있는 양말을 꺼내 신는 상상을 했다. 반팔티를 조금씩 돌려 팔구멍 부분의 찬바람에 한 부분이 장기간 노출되지 않도록 용쓰며,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고통과 영원의 시간이 지나고서 정신력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우유니에 도착했다. 새벽 4시, 버스는 우리를 깜깜하고 추운 공기에 내팽개쳤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내발로 걸어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되겠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다. 버스 앞에서 호객 아주머니가 까페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호객 행위 같지 않게 협력업체 사장에게 명함을 건네는 대기업 구매담당자 같은 포스가 있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빛나 보였다. 버스는 이런 대책없는 시간에 여행자들을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날이 밝기 전까지 여행자들이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새벽 까페가 생겨났나 보다. 아주머니는 그렇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러 나오신 것이다. 그곳에서 맛없고 비싼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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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볼 수 있듯, 도시 우유니에 특별한 건 없었다. 인상적인 조형물이 홀로 서 있었다. 도시 여러군데 흩어져 있는 여행사들을 들러 투어를 예약했다.

도시 우유니의 기억은 혀에 남아 있다. 따뜻한 미역된장국의 기억이다. 우유니에서는 좀체 체온이 회복되지 않았다. 밖은 찬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호스텔 방도 추워서, 옷을 껴입고 가운데가 푹 꺼져 들어가는 침대에 묻혀 있다가 일어나도 금새 추워졌다. 그 호스텔의 샤워부스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공용공간 가운데 벽면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샤워하는 소리, 옷 입고벗는 소리가 공용공간에 그대로 들렸다. 샤워를 막 마치고 부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관람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그 샤워부스 안에서 따뜻한 물을 넋놓고 길게 맞고 있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열기가 회복되지 않던 으슬으슬한 몸속으로 넘어오는 따뜻하고 짭쪼롬한 미역된장국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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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말린미역을 제공해주신 분들이다. 이분들 덕택에 도시 우유니는 나에게 먹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분들은 우리와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었다. 일출투어 전날 저녁 식용유를 가지러 부엌에 갔다가 조그만 여성분을 지나쳤고, 그땐 커다란 남편과 함께 여행중인지는 몰랐다. 지금은 누님과 형님으로 지칭하고 있다. 나와 아내, 형님누님, 세계여행 중이라는 청년 2인, 우리 모두는 같은 시간에 소금사막 일출투어 마치고 돌아왔고, 새벽부터 일어나 덜덜 떨고 들어와 따뜻한 국물이 그리운 참이었다. 누님이 밥과 라면이 있다며 아침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우리도 갖고 있던 라면을 보태 같이 먹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먹는 첫 끼는 라면이 되었다. 해외에 있는 동안 혀에 빈공간이 생긴 듯, 맵고 짠 라면국물이 혀에 착 녹아 채워져 들어왔다. 꼭 내 혀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 누구의 입에나 똑같았으리라 상상할 수 있었다. 저렴하고 동일한 라면 맛에 추가할 설명도 없었다. 라면은 후루룩 그냥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점심은 김밥과 미역된장국이었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의 한인마트에서 사둔 단무지과 김밥용 김을 꺼냈다. 시장에 가서 계란, 시금치, 당근, 쌀을 장봐 왔다. 계란 지단을 만들고, 시금치를 데치고, 당근을 볶았다. 형님은 밥을 지었다. 세계여행청년 2인은 만들어진 재료로 김밥을 쌌다. 태양의 섬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준 뒤로 요리배낭 깊숙히 들어 있던 미소된장도 꺼냈다. 형님은 마른미역!?!?을 들고 다니고 계셨다. 그래서 김밥과 미역된장국이 점심이 되었다. 형님은 겸손하게 김치 흉내를 냈다면서 겉절이!?!? 맛이 나는 음식을 창조하셨다. 김밥은 좀 맹한 맛이었음에도 양은 부족했다. 미역된장국은 몸으로 녹아내렸다.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대충 먹자고 했는데, 저녁이 되니 밥이 남았다면서 된장국에 간단한 볶음밥?!?!을 해주셨다. 하루종일 해외에서 구할 수 없는 고귀한 음식에 쩔어 있었다.

이후 형님누님과는 여러 번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는 항상 진귀한 음식을 대접받았다. 만남을 거듭하면서,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형님누님을 만날 때에는 왠지 음식 향기가 주변에서 나는 듯 느껴지는 상태가 되었다. 중학교 수학교재에 있었던 ‘함수’를 표현한 그림이 생각난다. 통의 위쪽에 x를 집어넣으면 통에서 퉁탁퉁탁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아래 구멍에서 f(x)가 튀어나오는 그림이다. 형님은 요리함수처럼 느껴진다. 재료를 집어넣으면 요리가 나온다.

2017-05-21T11:59:1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