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세번째 이야기

2박 3일 동안 볼리비아의 우유니에서 칠레의 아타카마까지 지프차로 이동했다. 아메리카 대륙 서쪽 부근을 해안선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안데스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으로는 습기가, 서쪽으로는 메마름이 시작된다. 메마른 서쪽의 어딘가는 4백만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안데스 산맥 서쪽 그 메마른 평원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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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은 그 첫 날이다. 시야에는 파란색과 흰색 뿐이다. 생김새가 ‘사막’과 똑같지는 않다. 사막에서는 모래가 언덕과 언덕을 이루고 있지만, 이곳의 소금은 끝없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이 지역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salar, 번역하자면 소금평원 정도인데, 왜인지 모르게 보통 소금사막으로 불리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지평선을 기준으로 위는 파란색, 아래는 하얀색이다. 모든 방향이 모두 똑같아 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사막과 같다. 실제로 길을 잃고 사망한 여행자가 있고,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진입하려는 차는 의무적으로 GPS를 부착해야 한다고 들었다. 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하늘이나 땅이나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 도로도 없고 이정표도 없지만, 기사님은 다른 차의 흔적을 따라 달리는 것 같다. 모래를 자근자근 밟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차는 미세하게 진동하고, 아무리 달려도 밖의 비현실적이고 똑같은 풍경은 계속 비현실적으로 똑같다. 눈꺼풀이 내려왔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신없이 눈을 떴는데, 밖의 풍경은 똑같았다.

 

내가 혼자 운전대를 잡고 이 하얀색 평원을 달려가는 것을 상상했다. 열살 즈음에 우주소년단에 들어가 처음 우주의 개념을 접하던 때에, 나는 그 거대함과 황폐함에 압도당했었다. 이후로 종종 검은 허공 한가운데 홀로 부유하는 걸 상상했었다. 막막하고, 적적하고, 고독하고, 먹먹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히말라야 꼭대기에 혼자 서있다면 그런 기분이 들까 하는 그런 기분이다. 이 하얀색 평원은 그때 상상했던 느낌을 불러냈다. 너무 짜서 아무런 생명체도 없고, 혼자 남겨져서는 내일 아침까지도 살아남기 힘들것 같은 땅이다. 이 땅을 혼자 달려간다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헤드라이트를 비춰도 보이는 건 전방 약간 남짓 흰색 뿐이다가, 다시 해가 떴는데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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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만들어진 원리는 염전과 같다. 바다속에 있던 땅이 해수면 높이 솟아오른 이후 비가 내렸는데, 빗물은 땅에 있던 소금을 녹여 같이 흘러내렸고,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지형에 호수처럼 고였다. 이후 메마른 기후에 물은 말라 버렸고, 같이 흘러내려온 소금은 남아 평평하게 남아 있다. 우기에 비가 와 평원의 일부에 물이 차기도 하지만 소금을 가지고 벗어날 구멍이 없는 것 같다. 이 소금평원의 소금을 파서 팔아 생활을 이어나가는 노동자가 등장하는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그 노동자는 소금 밑으로 4미터쯤 파내려가면 진흙이 나온다고 했다. 이 평원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무엇보다 눈이 부시고, 건조하면서도 짠기를 품은 듯한 차가운 바람이 자극적이어서, 편안하거나 아늑한 기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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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중간에 드문드문이 언덕이 있었다. 이 언덕들은 우기에는 주변에 얕게 물이 찬다고 했고, 그래서 이런 언덕들은 모두 스페인어로는 isla, 섬으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이 언덕의 꼭대기는 오래전 소금평원이 호수였을 때도 물 위에 나와 하늘과 맞닿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덕은 사막답게 선인장으로 가득차 있다. 소금위로 땅이 드러나는 지점부터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이 메마른 곳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선인장도 소금쪽으로는 감히 영역을 넓힐 수 없는 것 같다. 소금은 동물에게 필수적이지만 너무 많으면 생명이 있을 수 없다. 흩뿌리는 소금에 괴로워하는 미꾸라지가 떠올라, 입안에 목마른 짠맛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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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사막은 실컷 봤다. 눈이 부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소금 사막이었다. 소금 사막에서 눈돌릴 곳이 없었다. 하루 뿐이었는데도 초록색 산야와 파란색 호수가 조금은 보고 싶어졌던 기분이었던 듯 하다. 호수에 물고기가 헤엄치고, 생명력 굳건한 나무에서 새가 지저귀는 모습이 벌써 소중해진 기분이었던 듯 하다.

 

하지만 빌딩을 번잡하게 가득 채운 간판과 뒷목을 뻐근하게 하는 업무와 분주한 사람 관계에 치일 때에는 소금 평원의 먹먹하고 단순한 풍경의 기억을 꺼내 음미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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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T18:48:1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