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네번째 이야기

자박자박 모래를 밟으며 하루종일 달렸다.

 

Uyuni_tripday2_road4

 

어제는 하루종일 소금을 밟으며 달렸다. 밟고 달리는 소리는 소금이나 모래나 비슷하다. 좌석이 좁아 불편했지만 자박거리는 소리가 졸음을 유발했다. 선팅이 미처 막지 못한 햇빛의 열기가 몸을 데웠다. 차 안의 공기도 은근히 더워졌다. 창문을 열고 있기엔 창밖의 공기는 차가웠고, 날리는 모래도 많았다. 창문 없이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잠깐씩 창문을 내렸다. 자박거리는 소리가 익숙해지고, 균일한 소음이 다른 소리들을  차단했다. 백색소음의 적막 속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아내고 있는 조용한 풍경만 남은 듯했다. 딱히 달리 둘 데도 없는 시선을 계속 차창 밖으로 두고 있었다.

 

 

창밖은 처음 보는 세계였다.  하루종일 호들갑을 떨 수는 없으니 계속되는 놀라운 광경에 말없이 셔터만 누를 따름이었다. 2박 3일의 여정에 첫날 소금사막이 본론이고, 그 외 나머지 일정은 아타카마로 가려다 보니 지나가게 되는, 부록 같은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소금사막만큼 무거운, 그러나 소금사막과는 다른 그런 풍경이었다.

그곳은 메말라 생명이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산은 단단한 암석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나무 한 그루 없었다. 산은 마치 나무가 자랄 수 없을 것처럼 독을 품고 있는 듯, 상한 느낌의 적색, 녹색이었다. 넓은 초원을 보면 뛰어보고 뒹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곳은 탁 트였으면서도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발을 아무 곳에나 편안하게 디뎌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 종일 달려도 앞선 차가 지나간 흔적만 있을 뿐 사람 손길 닿은 구조물 하나 없는, 넓고도 적막한 곳이었다.

 

Uyuni_tripday2_road9

 

잠깐씩 차에서 내려 땅을 밟을 때에도, 차에서 내려놓은 발길을 어느 방향으로 향해 볼지 막막했다. 사방은 평등하게도 끝이 안보이게 메말라 있었다. 이곳에 혼자 남겨지면, 물을 찾다 목말라 죽거나, 밤에 동사하거나, 아니면 굶어 죽을 것이다. 우리 생명이 이 볼리비아 청년 운전사에게 맡겨져 있는 상태구나.. 라고 생각했다.

 

Uyuni_tripday2_road10

 

비쿠냐가 한마리씩 저 멀리서 거리를 두고 홀로 서서 지나가는 우리를 여유롭게 바라보곤 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어디서 물을 마시는 거지?’ 였다. 하긴, 사막에서도 살아가는 낙타류니까..  어디선가 한번 마시면 오래 버티겠지, 라고 생각을 넘겼지만, 낙타가 되어보지 못한 나는 비쿠냐가 목마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쿠냐라는 동물은 쿠스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선물용으로 알파카 옷을 보러 다녔는데, 고급 옷집의 한 구석에 비쿠냐 제품이 별도 상품코너로  별도 조명을 받고 있었다. 그 코너의 배경 벽면이 비쿠냐 전면 사진이었다. 전신이 매끈하고 우아하고 귀여웠다. 통통한 알파카와는 달랐다. 원단을 만져보면 이건 분명 엄청나게 비싸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점원은 비쿠냐는 알파카와 달리 가축화가 되지 않아서 원단이 비싸다고 했다. 나는 비쿠냐는 도도하고 아름답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후로 실물로 비쿠냐를 보고 싶었었다. 고속으로 달려가던 어느 순간, 차창에 비쿠냐 떼가 보였고, 몸을  홱 돌려 비쿠냐 떼가 이쪽으로 돌아봐 줬으면 하고 계속 응시했다.

길들여지지 않고 이 메마른 곳에 유유히 서있는 비쿠냐. 이름도 매력적이다.

 

 

마른 땅을 달리고 달리다보면 호수가 몇개 있다. 사실 오늘은 하루종일 그 호수들 간을 이동해 가는 일정이다. 이런 곳에 있는 호수라 관광포인트가 되었을 것이다. 워낙 너른 땅을 달려가야 해서 계획대로 가려면 호수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짧다. 호수변에 멈춰갈 때가 좁은 차안에서 굳어진 허리를 돌려주고 다리를 풀어줄 수 있는 시간이다.

호수의 파란색! 좋다. 움직이는 생명체도 여기저기 있으니 풍경에 활기가 돈다. 그런데 호수가 소금충만한 물이라 그런지 호수 주변도 초록초록하진 않다. 그리고 호수가 매우 얕다. 잘 보면 움직이는 생명체가 플라밍고 뿐이다. 플라밍고는 그 척박한 갈라파고스에서도 생명을 이어나가는 특별한 동물이다. 플라밍고는 저 소금물 호수에 살아가는 뭔가를 쉬지 않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Uyuni_tripday2_lake4

 

이 호수에도 잠깐 섰다. 색깔이 옅다. 플라밍고가 없다. 호수 안에 먹을 게 없나보다.

 

Uyuni_tripday2_lake3

 

또다른 호수다. 플라밍고가 있다. 호수가 소금이 충만하지만, 호수의 흰색이 소금은 아니라고, 흰색 토양이라고 운전사가 말해줬다.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볼리비아 청년 운전사가 본인이 기타를 칠 수 있다고 반 구라를 쳤던 걸 돌이켜볼때, 그의 말이 아주 믿음직스럽지는 않다.

이 호수변에는 화장실도 있고, 저렇게 의자도 설치되어 있다. 오늘 중 가장 인간향기가 가득한 장소다. 연인이 호수변에 다정하게도 앉아 있다.

 

Uyuni_tripday2_main

 

이 호수가 마지막 호수이다. 흰색 점은 플라밍고이다. 호수의 붉은색은 적조라고 하고, 흰색은 예의 그 흰색 토양이다. 호수지만 초록초록, 푸릇푸릇한 맛이 없고, 생존을 위협받기 전에는 몸을 담그거나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고만 싶다. 하지만 이 떫떠름하고 기이한 색의 거대한 호수가 주는 이질감은 심해 생태계 다큐멘터리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떠올리게 한다.

 

Uyuni_tripday2_lake5

 

무언가 황량해진 마음에, 뷰파인더에 잡힌 사랑하는 아내의 웃음은 초록초록 푸릇푸릇한, 세상의 모든 생명을 한번에 만나는 것 같았다. 생의 마지막까지 문득문득 마음을 채워줄 그런 순간이다.

2017-10-07T18:46:2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