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다섯번째 이야기

 

우유니의 밤은 춥다. 숙소도 따뜻하지 않다. 보통 건물들이 시멘트 벽돌로 지어져 있다. 시멘트 벽돌은 단열이 잘 안된다. 문이 꽉 닫히지 않았다. 틈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여행사에서 출발 전부터 샤워는 안된다고 경고를 했다. 잘 안씻는 사람도 모래바람 때문에 씻고 싶어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경고를 한 것일 것이다. 어제 이틀밤째는, 얼굴도 제대로 씻지 못했다. 세면대가 물이 너무 약하고, 그나마 물이 막혀 내려가지 않았다. 오늘은 춥고 깜깜한 새벽부터 출발이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입가 근육이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일정에 온천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누워 있고 싶은 근육들을 억지로 움직이면서 끙끙 짐을 싸고, 아직 깨어있지 않은 위장으로 빵쪼가리를 집어넣어 놓고, 차에 몸을 실었다. 같은 숙소에 묵었던 차들과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출발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나는 스스로가 절대 아침형 인간이 아님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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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연기가 나는 지역에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황냄새가 풀풀 난다. 연기가 나는 구멍에서는 연녹색 진흙이 찐득하게 끓고 있다. 이런 광경은 나와 아내가 사랑하는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봤다면 아이슬란드에서 그랬듯 깜짝 놀랬을 것이다. 차를 몰고 아이슬란드 뮈바튼으로 진입하는 언덕을 넘어서는 순간 땅 여기저기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던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연기를 헤치고 다니느라 신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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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황냄새가 진하고, 따뜻하고 축축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이른 새벽이라 몽롱한 정신에 발을 헛디딜 경우 말그대로 연옥에 빠질 수 있다. 펜스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사진은 좀 더 리얼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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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온천에 도착했다. 좋다. 정말 오고 싶었다. 지난 3일간 은근 쌀쌀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여야 했다. 온몸에 붙어있는 먼지도 많을 것이다. 도시 우유니에서부터 여기까지 붙어온 먼지들을 털어낼 때가 되었다. 춥고 더러운데 씻지를 못하니, 온수 샤워가 간절해지는 참인데, 마침 여행의 말미에 이런 자연온천이 있어서 완전 행복이다. 혹 여행 경관이 취향에 맞지 않아 실망한 여행자라도, 여행 마지막 날 자연 온천에 몸을 담그며, ‘그래.. 그래도 아름다운 여행이었어’ 라며..  충분히 마음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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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는 온천에 도착하기 전부터 출입국사무소가 오전에 문을 닫으니 온천을 할 시간은 없을 거라 몇번이나 강조했다. 우리 일행은 풀어놓으면 제시간에 차로 되돌아온 적이 없다. 기사님은 우리를 차에서 내려줄 때 항상 조급한 얼굴로 돌아올 시간을 말해줬다. 음.. 미안하지만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이번에 온천 전에 들른 황 연기 솟아나는 지역에서 사진을 정신없이 찍었는데, 그때도 아마 꽤 지체되었던 것 같다. 여행일정 맞추느라 노심초사한 운전기사는 온천하는 건 시간상 무리일 거라고, 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때는 그전과 달리 잠깐 고민했던 것 같다. 정말 출입국사무소가 문을 닫아버리면 거기서 밤을 보내야 한다니 조금 쫄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온천을 보자마자 입수하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정해졌다. 우리를 내팽개치지 않은 운전기사가 고맙다. 말만 더 잘 통했으면 화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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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단체사진을 한장 찍었다. 일행 전부가 나온 유일한 사진이다. 동행을 간단히 소개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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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사님이시다. 우리 생명은 이분에게 달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일정은 기사님이 있어야만 진행 가능하다. 허허벌판에서 기사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차가 있어도 달려갈 방향을 알 수 없다. 점심식사 준비도 본인이 직접 요리해서 준다.

기사님에 대해서는 기억에 뚜렷이 남는 장면이 있다. 둘째날 저녁 숙소에서 밥먹을 때 기타치던 장면이다. 나는 기타를 갖고 여행중이었고, 첫째날 나는 소금사막에서 기타를 쳤다. 기사님은 본인도 기타를 친다 했고, 한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았다. 그래서 둘째날 저녁 숙소에서 밥먹고 얘기하다 노는 분위기가 되어 내 기타를 내밀었다. 기사님은 주저없이 기타를 받아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 기타치는 흉내…를 내는게 아닌가?! 내 어린 조카가 호기심에 기타 줄을 처음 튕겨볼 때 나는 그런 소리가 났다. 뭐지?! 무슨 생각으로 기타를 친다고 한거지?! 기사님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어떤 음악이 나와도 감탄할 마음자세를 하고 있던 상태에서, 감탄하는 게 놀리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감탄을 꾹 참아 넘겼던 것 같다. 한참 소금사막을 달리고 있을 때, 앞좌석에 탄 형님이 졸다가 일어나서 기사님을 보았는데, 기사님도 졸고 있더라는 말이 떠올랐고, 왠지 일관성 있는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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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형님과 누님이시다. 칠레의 아타카마에 함께 가게 되고, 같은 숙소에 묵게 되면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게 된다. 누님은 일을 추진하는 데 돌진형이고, 형님은 누님을 말리는 듯 조력하는 듯 하시면서 균형을 이뤄가시는 것 같다. 저녁을 못먹고 글을 쓰고 있으니 저번에 한국에 돌아와 대접받은 보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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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볼리비아 커플이다. 제일 불편한 자리에 앉아서도 불평 없이 있어준 고마운 일행이다.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그 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제일 뒷자석에 앉아 있었는데, 애정표현은 상당했다. 서로에 대한 열기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돌로 만들어놓은 하트에 글자만 본인 이름으로 바꾸어 놓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둘째날 저녁을 함께할 때는 꿈바?라는 본인 지역의 춤을 보여주었다. 남녀가 함께 추는 뜨거운 춤이었다. 춤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는 문화인 듯했다. 모든 사람이 춤을 춘다 했다. 한국 사람은 무슨 춤을 추냐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형님이 탈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탈춤을 지나치게 리얼하게 추신 듯도 하다. 일반인인데 탈춤을 인간문화재처럼 추셨다. 아마 이 볼리비아 커플은 동아시아 문화는 완전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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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곁에 함께하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이다.

 

2017-08-20T12:04:0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