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오메테페 화산섬, 첫번째 이야기

 

중미의 허리춤 정도에 위치한 니카라과. 그곳에 우리가 사랑했던 섬이 있다. 이름도 신비로운 오메테페.

 

오메테페 섬에 가기로 한건 니카라과 지도를 보고 나서다. 우리나라 남짓되는 크기의 니카라과 땅에 큰 구멍이라도 뚫린 듯 경상도 만한 크기의 호수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 안에 땅콩 모양의 섬이 떠있다. 화산 두개가 붙어 섬이 됐단다. 활화산 하나, 사화산 하나. 거대한 호수에 둥실 떠있는 화산섬이라니. 은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올 것만 같은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코스타리카 북부에서 니카라과로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기 직전까지 파나마와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니카라과에 대한 온갖 ‘카더라 통신’을 들려줬다. 파나마에서 만나 3주 남짓 함께 지냈던 현지인 친구 아나는 “니카라과는 갈 생각도 말라”며 펄펄 뛰었다. 도둑이 많고, 위험하고, 딱히 볼만한 것도 없다는 거였다.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비슷한 얘길 했다. 좀도둑 많고 안전하지도 않은 니카라과에 뭐하러 가냐는 거였다. 코스타리카의 비싼 물가에 지친대다 호스텔에서 카메라까지 도난당한 우리에게는 코스타리카야말로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니카라과 국경을 넘고서야 국경 맞댄 나라들의 생리를 이해하게 됐다. 니카라과 오메테페 섬 호스텔에서 만난 주인은 우리더러 이랬다. “아니, 그렇게 위험하고, 도둑 많고, 물가도 비싼 코스타리카에 대체 왜 갔다고?”

 

코스타리카에서 도장 몇 번 찍고 니카라과로 넘어갔다. 두 발로 걸어 선 하나 넘어갔을 뿐인데 천지가 개벽했다. 국경까지 타고간 에어콘 나오던 커다란 버스가 ‘치킨버스’로 바뀌었다. 미국이 팔아먹은, 오래전 미국의 스쿨버스였을 치킨버스엔 닭도 타고, 사람도 탔다. 누가 더 화려한지 경쟁하듯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버스 외관엔 ‘예수는 사랑’ 같은 그래피티가 곳곳에 칠해져 있다. 버스 한 줄엔 다섯명도 넘는 이들이 일단 엉덩이를 끼워 넣고 본다. 좁은 버스에선 우리의 큰 짐도 민폐였다. 엉덩이들 사이에 낑겨 앞좌석에 무릎이 닿은 채로 오메테페 섬에 들어가기에 가장 가까운 도시, 리바로 향했다. 암전상에 들려 환전을 하고, 목적지 같은 이들은 누구나 태우는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산 호르헤 항구로 향했다. 오메테페로 들어가는 배가 출발하는 항구다.

 

Isla de ometepe_2

 

미리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호수가 바다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녹빛 호수에서 출렁출렁 거친 파도가 일었다. 날은 흐렸고 바람은 셌다. 좌석은 이미 만석. 배에 타고서도 갑판이 사람으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고나서야 배는 출발했다. 갑판 한쪽에 짐을 등받이 삼아 기대 앉아 있으려니 출렁이는 파도 때문에 뇌도 출렁거리는 느낌이었다. 항구에서 섬까지는 13km 남짓. 배는 한시간도 넘게 파도 위를 기어 섬에 도착했다. 물 위에서 달릴 수만 있었다면 그 편이 더 빨랐을거다. 아주 천천히, 배는 화산과 가까워졌다. 끝이 안보이는 호수 한 가운데 화산섬 두개가 불룩 솟아있었다. 왼쪽은 활화산, 볼칸 콘셉시온. 왼쪽은 분출을 멈춘 볼칸 마데라스. 가까이 갈 수록 콘셉시온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분출한 마그마가 지나가고 식은 흔적은 산의 힘줄 같았다. 산 꼭대기에선 계속해서 구름이 솟아올랐다.

 

Isla de Ometepe_3

 

우리 부부가 ‘화산 덕후’가 된 게 이때부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섬에서 우린 일주일을 넘게 머물렀다. 숙소에 있다가도 나와 고개만 돌리면 거기에 화산이 있었다. 매일같이 화산을 보고, 화산 위 구름을 보고, 화산 뒤로 넘어가는 석양을 보고, 두 화산 주변을 잇는 8자모양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렸다. 반딧불이를 처음 본 것도, 화산은 오르는 것 보다 한걸음 뒤에서 보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게된 것도 이곳에서였다.

 

거대한 호수 위 두둥실 떠있는 화산섬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풀던 날들이었다. 섬이 곧 화산이고, 화산이 곧 섬인 곳. 그 곳에 우리가 있었다.

2017-09-10T17:39:4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