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이야기 – 신성한 땅 방문

 

후안은 핑카를 가자고 했다. 핑카…? 나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휴대용 스페인어 사전을 뒤적였다. Finca..  ‘토지, 농장’ 이란 뜻이었다. 어딜까? 후안은 그곳을 얘기하며 스스로 흥분되는 듯 보였다. 단순한 농장이 아닌 걸까? 후안은 우리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걸까? 그때 후안의 엄마는 그곳에 왜 가냐, 그냥 이곳에서 지내는 게 낫다고 흘러가듯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로 흘러들었다. 바퀴벌레집에서 자고, 강에서 씻는 것이 은근 힘든 참이었고, 새로운 장소로 가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우리를 이해하고 후안을 잘 아는 후안의 엄마는 흘러갈 상황을 꿰뚫어보셨던 것 같다.

 

후안은 다음날 핑카에 가자고 했고, 그날이 되자 우리는 아침부터 그곳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후안은 아무말 없이 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아이들과 강에서 놀았다. 다음날이 되었고, 나는 짜증이 났다. 시간 약속을 중요치 않게 여기는 건 남미에 와서 자주 경험했지만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곳에 갈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일을 계획했을 것이었다. 소중한 시간이 버려졌고, 소파뻬~로만 반복하는 후안을 다그쳤다. 후안은 오늘은 갈 거라 했다. 천천히 세시간 정도 걸어가면 될거라 했다. 점심을 먹고 곧 출발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서도 후안은 말이 없었다. 집앞 돌담에 앉아 항상 함께하는 절친과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걸어가는 데 세시간이라면..  이미 출발하기엔 늦은 시간이 되었다. 이젠 가기가 귀찮은 수준이 되었다. 후안은 그때서야 출발하자고 했다. 후안이 미적대리라는 걸 예상했던지, 그곳으로 가는 것이 확실해지고 나서야 후안의 엄마는 급하게 우리에게 텐트를 챙겨서 들고 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걸어가다 보면 해가 지는거 아닌가? 라며 오늘은 가지 않는게 낫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후안은 차를 준비해 두었다고 했다. 항상 후안은 콜롬비아 정부의 환경파괴에 대해, 시에라 네바다 산꼭대기 눈이 녹아내리는 것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나는 핑카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매연을 뿜어내는 차를 타는 대신에 걸어갈 수 있다면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안도 걸어서 서너시간이면 된다고 그랬었다. 이미 걸어가기로 마음을 잡고 있는데 후안이 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음 후안…  너 이런거 모순적인거 알아?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지만, 그렇게 가르치는 투로 말하기엔 내가 뭣도 아니었다. 뭐..  나도 환경을 사랑하면서도 샤워할때면 잠시 진실을 모르는척 샴푸를 계속해서 쓰고 있지 않나..? 아루아코족의 정신적 지도자, 마모인 후안에게 너무 엄격한 걸 기대했던 건가 싶었다. 불편한 진실로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상태에서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 빡치는 부분이었다. 차는 준비했는데 연료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라고..? 후안은 우리더러 연료를 사달라고 했다. 나는 어이를 잃었고 차는 돌려보내고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후안은 조금 당황한 듯 했다. 우리가 돈만 내면 모든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준비를 해 두었는데, 우리가 돈을 안내겠다니 당황스러운 듯 했다. 돈은 이만원 남짓으로 큰돈도 아니었다. 빡치게 만든 건 우리에게 아무런 양해도 공지도 없이 우리 역할을 물주로 지정해 두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눈을 부라리는 지점까지 가자, 후안은 농장에 가면 커피가 있으니 내려올 때 그걸 갖고 와서 팔아서 갚아주겠다는 거래까지 조용히 제시했다. 후안은 절친과 운전기사를 바라보며 난감함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음식 재료도 갖고 가야 되는데, 후안은 그것도 우리가 사길 바라고 있었다. 후안은 그곳에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보상될 거라 말했다. 난감해하는 후안을 바라보며, 여기에서 우리는 물주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갔다. 열받은 머리속에서 그 생각이 몇번 왔다갔다 하자, 열이 가라앉았고 생각이 명확해지면서 그 상황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돌려받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돈을 지불했다. 우리와 서로 호의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큰 호의는 아마 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찝찝한 상태로 우리는 차를 타고 핑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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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한시간여를 덜컹거리며 갔다. 차에서 내린 곳은 녹음이 짙었다. 차에서 내려 핑카로 가는 길은 산길이었다. 길은 뚜렷했지만 편안하지 않았다. 건너가야 할 개울이 불어나 징검다리가 물 아래로 잠겨 있었고, 우리는 다리를 걷어붙이고 신발을 들고 더듬더듬 바닥 깊이를 확인하며 그 개울을 건너갔다. 우리가 갈 곳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아님은 분명했다. 길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개울을 건너 오르막길을 이십여분 올랐다. 땀이 조금 배어나올 즈음, 평평한 지대에 도달했고 그곳엔 우리가 묵고 있는 흙집 같은 것이 있었다.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고 새들이 푸드덕 거리며 날아갔다. 후안과 절친은 잠시 후 장총을 들고 돌아온 아저씨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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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을 들고 돌아온 아저씨는 이 농장의 관리자였다. 그 아저씨는 흙집에서 아내와 아이 일곱명과 살고 있었다. 흙집은 단칸이었고, 안에는 아궁이가 함께 있었다. 그 불의 온기로 밥을 해먹고 밤의 추위를 몰아낼 것이었다. 집 벽은 불빛의 반영으로 붉은 색감이 너울댔고, 아줌마는 밥을 하느라 분주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된 듯한 두 딸은 벽에 붙어앉아 우리를 바라보며 킥킥댔다. 겨우 벽을 짚고 일어서는 아기는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아기가 굴러다니던 땅바닥에는 닭과 새끼돼지가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기 몸에는 두드러기가 많았다. 몸채가 집채만한 어미돼지는 문에 가로쳐져 있는 나무막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집 안으로 코를 들이밀어 킁킁댔다. 그 집안에 앉아 나는 이곳과 한국에 있는 우리 집과의 간극이 참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쉽게 사진기를 꺼내들 수 없는 곳이었다. 밥을 대접받았다. 후안이 귀띔해 줬더라면 음식을 더 푸짐히 사왔을 것이었다.

 

밤은 깊어졌고 후안은 집 근처 농기구 보관 장소에 나무로 불을 피웠다. 그곳은 벽 없이 버팀목에 천장만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후안과 절친, 관리자 아저씨가 대화를 시작했다. 한참동안 나와 아내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도 간간이 이야기로 들어갔다. 후안은 아루아코족 산골 사람들의 고단한 생활, 아루아코족의 미래, 콜롬비아 정부의 부정의함, 아버지 하늘과 어머니 땅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안은 웅변가다. 스페인어가 짧은 우리도 이해할 만한 단어로 설명했다. 후안은 정신적 지도자답게, 말할 때 감정을 끌어올리고 영감을 불어넣는 단어를 사용하는 듯했다.

 

후안은 한참을 설명했다. 그리고 항상 일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했다. 그 일이란 아루아코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불을 바라보면서 버팀목에 몸을 기댔다. 일로 가득찬 고단한 일상을 잠깐 내려놓고 간만의 휴식을 취하듯, 몸을 이완상태로 만드는 듯 보였다. 그런 후안을 바라보며 번뜩 든 생각은..   ‘지금 이건…  남자들의 캠핑 같은 것이구나!’ 라는 것이다. 직장생활과 매연에 찌들어 가는 많은 도시 남자들은 조금씩 캠핑장비를 사모으다가, 시간이 주어지면 자연이 가득찬 곳에서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먹고 술 한잔 하며 심신을 달래고 있다. 후안에게도 그런 캠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후안과 절친이 이곳을 오르며 발걸음이 가벼워지던 것이 떠올랐다. 후안 자신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사랑하는 듯했고, 그걸 우리와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가 자야 될 시간이 되었을 때, 후안 엄마의 배려에 다시 감사했다. 후안은 절친과 함께 모닥불 곁에서 졸다깨다 밤을 보낼 심산인 듯했다. 후안 엄마가 텐트를 챙겨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와 아내의 선택은 모닥불 곁에서 밤을 새거나, 흙집에서 밤을 새거나 둘 중 하나였다. 텐트가 있어 상황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나와 아내는 결국 텐트에서 밤을 샜다. 매트 없이 텐트만 쳤더니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와 으슬으슬했고, 어미돼지는 끊임없이 텐트에 코를 들이밀었다. 오분남짓 간격으로 텐트에 돼지코 모양이 쑤욱 들어왔다. 돼지가 그대로 조금 더 행진하면 텐트가 무너질 것 같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코를 밀어냈다. 텐트 막 한겹 사이에 두고 느껴지던 손바닥만한 돼지코의 감촉이 지금도 생생하다.

 

돼지가 코를 한동안 들이밀지 않을때쯤 날이 밝았다. 침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또 낄낄댔고, 새끼돼지들이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제 후안이 있었던 장소에는 모닥불의 흔적만 남아있고, 후안은 없었다.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어찌됐든 이곳에서 내려가야겠다 싶었다. 후안에게 말은 하고 가야할 것 같아 기다렸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어미돼지가 나와 아내를 공격대상으로 생각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만치 않자 아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행히 달리기는 우리가 더 빨랐다. 한참을 도망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관리자 아저씨가 돼지를 쫓아내고, 후안으로부터의 전갈을 전해 주셨다. 한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에 후안이 있고, 후안이 우리더러 그쪽으로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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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향으로 가자 후안은 울타리 너머 나무그늘에 절친과 함께 앉아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신발을 벗고 울타리를 넘어오라고 했다. 그곳이 바로 신성한 땅이었다. 신발을 벗고 신성한 기운을 느끼라 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으니, 짙은 녹음 사이로 빛나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밤새 찌들은 피곤이 덜어지는 듯 했다. 후안은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좋지 않겠냐 제안했다. 신성함은 비밀스러움과 관련 있고, 기록되고 파헤쳐지는 순간 신성함은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제안에 망설였지만 개인적 욕심으로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이 땅에 이름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후안은 이름은 몰랐고, 절친과 관리자 아저씨를 돌아보았다. 절친도 그 이름을 몰랐고, 관리자 아저씨는 대답할 사람이 본인밖에 남지 않자 열심히 갸웃거리다가 ‘세이마구…?’ 라고, 확신없는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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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은 우리를 위한 신성한 의식을 시작했다. 후안은 준비해온 색색의 끈을 꺼냈다. 헉..    ‘나 이거 다큐멘터리에서 본거야!!’ 라고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적잖이 놀랐다. 다큐멘터리에서 피디가 촬영허락을 받기 위해 통과의식을 치뤘는데, 후안이 꺼낸 것이 그 통과의식 때 쓰던 바로 그것이었다. 고참 마모는 피디에게 ‘당신은 아루아코족의 가족인가?’ 같은, 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정답 없는 아리송한 질문들을 던져 피디를 당황케 했었다. 후안은 어떤 기준으로 우리에게 이 의식을 치뤄주기로 한 걸까? 후안은 티비에서 보았던 그 의식을 바로 시작했다.

 

후안은 우리 양손에 그 끈을 쥐어주었고, 우리에게 눈을 감고 손을 관자놀이 근처로 들라고 했다. 그리고 손은 조금씩 돌리고, 머리로는 집중해서 땅의 신성한 기운을 느끼고 머리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라 했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더러 의식을 시켜놓고 후안과 절친이 시끄럽게 만담을 나누는게 아닌가.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항상 둘이서 속닥속닥 이야기를 잘 하더니, 그날따라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귀마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냥 어느 정도 시점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냈다고 했다.

 

그 이후의 의식은 후안이 진행했다. 그는 세상 모든 것들의 안녕을 기원했고, 우리에게도 그러라고 했다. 그는 아주 많은 나라의 이름을 읊었고, 많은 동식물들의 이름, 하늘과 땅과 강과 바다, 흑인과 백인과 황인, 부자와 빈자, 나이든 사람과 아이들, 부모와 자식들, 후안은 그렇게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려 했고, 그 모든 것들의 안녕을 빌었다. 그리고는 우리 손을 단전 쯤에 대게 하더니, 아직 세상에 없는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그리고 그 신성한 땅에 우리를 등록하였다 했다. 세상의 모든 신성한 땅들은 연결이 되어 있고, 그 땅들이 우리를 앞으로 지켜줄거라 했다.

 

의식은 끝났고, 후안은 나중에 강에서 목욕을 하자고 했다. 나와 아내는 다시 텐트 쪽으로 돌아갔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쬤다. 얼른 목욕을 하면 좋을텐데. 강에서 목욕이 편안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찌뿌둥함이 좀 가실거라 기대했다. 아침을 준비하려는 아줌마가 말을 정비하면서 눈치를 쭈뼛쭈뼛 보다가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슈퍼에 뭘 사러 보낼 건데 돈을 좀 달라고 했다. 아내는 당황해서 나에게 이야기했고, 나는 기분이 급 찌뿌둥해져서 돈이 없다고 대답해 버렸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고 단지 돈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새끼돼지는 계속 꿀꿀거리며 돌아다녔고, 우리는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이곳을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는 후안이 쉽게 이곳을 내려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더 자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낮도 이렇게 개기다가 어제 밤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가 피곤해서 버텨낼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아줌마와도 불편했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내려가겠다 결정했다. 그리고 후안에게 가서 우리 먼저  내려가겠다 이야기했더니, 후안은 안그래도 오늘 갈테니 같이 가자고 했으나, 우리는 지금 출발할테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갖고 있는 돈을 쥐어주고는 그곳을 떠나버렸다. 아줌마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이 화색이 돌았다.

 

거기서부터 집까지 오는 길은 멀었다. 비까지 쏟아져 우리는 텐트를 꺼내 영화 클래식처럼 우리 둘의 머리 위를 가리고 걸어갔다. 그러나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는 장면이고, 고난의 행군이었다. 걸어갈 거리가 아니었다. 목도 말랐다. 도로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손으로 떠 마셨다. 한참을 걷다 우리를 지나치려는 오토바이 두대를 만났다. 우리는 목적지를 말하고 바로 흥정했고, 그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후안의 엄마는 설명을 듣지 않고도 상황을 이해한 듯 했다. 그날 ,우리의 예상대로 후안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우리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때까지 후안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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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급하게 결정을 하고 떠났다. 후안에게는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바제두파로 내려와 산타마르타로 가는 저녁버스 안에서 신성한 의식의 감동을 짓누르고 있는 내 무거운 마음을 반추해 보았다. 그 무거운 마음은 걸어가겠다고 하는데도 후안이 차 기름값을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더러 내라고 한 시점에서부터 서서히 커져오던 것이었다. 후안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우리의 이야기나 함께하는 경험 같은 것이 아닌 듯 했다. 후안은 우리에게 값진 경험과 호의를 줄 수 있지만, 우리가 후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지고 효율적인 건 아마 돈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마음에 턱 걸려 이렇게 답답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돈으로 원주민 체험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모든 호의가 불편해져버렸다.

 

지금도 후안과 아루아코를 생각하면, 응원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안타깝지만 답답하고 막막한, 그런 간단치 않은 마음이 든다.

2017-08-16T23:18:5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