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향하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떠나던 그날은 여느 때의 출국 느낌과는 달랐다. 우리는 한국을 떠나는 편도 티켓을 가지고 공항으로 갔다.

 

우리는 우리집 냉장고에 음식을 없애고 플러그를 빼 두었고, 화분은 돌봐줄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보일러를 잠가 두었고, 이웃집 할머니께 공과금 납부를 부탁드렸다. 우리는 한국에서의 일상을 정리했다. 이제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걸어다닐 것이었다.

 

결정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는 회사를 정리하고 떠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너무 급박하게 결정되고 통보되다 보니, 양가 부모님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을 것이다. ‘으익.. 이 제맘대로인 녀석들을 포박해서 감금해놓을 수도 없고… ‘ 이런 심정이셨을 거라 상상한다. 그리고 떠나는 순간까지 빈틈이 없었다. 예방접종, 숙소, 비행기, 배낭구매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출국 전날에 우리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집을 정리하고 짐을 싸느라 꼬박 밤을 샜다.

 

departure1

 

 

밤을 샜더니 설레임이 무뎌졌다. 아니, 상상하던 순간이 막상 현실이 되면 항상 상상해오던 느낌보다는 덜했던 것 같다. 이번 출국 느낌은 단기 여행이나 출장때 느끼던 미지, 불확실성에 대한 설레임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피곤함에 이성 뿐 아니라 감정도 둔해졌고, 이번 결정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어쨌거나, 비행기를 타면 조선땅을 떠나는구나! 하는 후련함도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잠들었다. 코마 같은 잠을 자고 나서 눈을 뜨며, 비행기 안이라는 것을 정신 없이 인지했다. 그때서야 내가 태평양 한가운데를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됐구나, 이런 걸 현실로 만들긴 했구나, 라고 조금은 우리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년이 더 지난 지금, 그때의 우리가, 그때보다 더 대견스럽다.

2017-08-20T14:45:16+00:00